[故 정세협] 월 600 버는 헤어디자이너에서 개그맨으로…짧지만 깊었던 웃음의 여정
2025년 10월 6일, 개그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개그맨 정세협 씨가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향년 41세. 웃음을 전하던 그의 인생이 예기치 않게 멈추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단지 짧았던 것만으로 기억되기엔 너무도 다채롭고 진심 어린 여정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지 함께 돌아보고자 합니다.
✂️ 강남 압구정의 실력파 헤어디자이너
정세협 씨는 개그맨이 되기 전, 서울 강남 압구정의 유명 헤어살롱에서 활동하던 미용사였습니다.
연예인 고객도 다수 보유하고 있었고, 월 600만 원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만큼 실력과 감각을 인정받던 디자이너였죠. 당시 고객들 사이에선 ‘정 선생님’이라 불리며, 친절하고 섬세한 손길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안정적인 삶 대신, 자신의 꿈이었던 '개그 무대'를 선택합니다.
“무대 위에서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게 진짜 제 길 같았어요.”
이 한 마디로, 그는 전혀 다른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 SBS 웃찾사 데뷔, 그리고 반전 매력의 개그맨
2008년 SBS 10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정세협 씨는 <웃찾사>의 ‘귀염둥이’, ‘샹하이 서당’, 그리고 <개그투나잇>의 ‘하오차오’ 등 다양한 코너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투박한 외모와 달리 능청스럽고 귀여운 연기, 그리고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강아지 캐릭터 ‘차우차우’**로 등장했던 하오차오 코너는 지금도 팬들에게 회자되는 레전드 개그입니다.
⚕️ 백혈병 투병과 기적의 복귀
정세협 씨는 2015년경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전혀 아프지 않았는데 갑자기 백혈병 판정을 받았어요."
그는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5년간 투병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골수 이식 대상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중, 2020년 한 중국인 기증자로부터 골수이식을 받고 기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회복 후 “삶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며 다시 무대로 돌아왔고, 건강을 되찾은 모습으로 희망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 KBS 개그콘서트로의 복귀
2024년, 정세협 씨는 KBS <개그콘서트>에 합류하면서 9년 만에 공개 코미디 무대로 복귀했습니다.
그는 ‘이토록 친절한 연애’, ‘쭈꾸미 게임’, ‘심곡 파출소’, ‘지옥의 출근길’ 등 다양한 코너에서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며 제2의 전성기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개그계 후배들에게는 머리를 직접 손질해주는 다정한 선배로 통했고, ‘개그계 미용실 사장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주변을 챙기며 살아왔습니다.
💔 갑작스러운 비보, 그리고 모두의 애도
2025년 10월 6일 밤, 정세협 씨는 친구와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던 중 심장마비가 발생,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소식은 특히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망 하루 전까지 방송에 출연했던 그였기에, 고인의 죽음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더욱이 불과 2주 전, 개그계의 대선배 전유성 씨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개그계의 또 다른 별이 졌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깊은 슬픔을 표했습니다.
📸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
고인의 빈소에는 동료 개그맨, 방송인, 후배들이 연이어 조문했습니다. 특히 <개그콘서트>에서 함께 활동했던 개그우먼 조수연 씨는
“개그를 너무 사랑했던 세협 선배님. 다음에 만나서 꼭 같이 코너해요.”
라는 글과 함께 영정 앞 단체사진을 SNS에 남기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사랑받는 선배이자 동료였던 그는 방송 현장에서는 항상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으며, 선후배를 가리지 않고 웃음과 격려를 나누던 인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정세협이 남긴 것
정세협 씨는 생전에 결혼하지 않았고, 가족과 지인들, 그리고 개그계 동료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습니다. 빈소는 화성 함백산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2025년 10월 9일 오전, 장지는 함백산 추모공원입니다.
그가 짧은 생애 동안 보여준 것은 단순한 웃음이 아닌, 고통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웃게 하려 했던 순수한 열정이었습니다.
백혈병을 극복하고 다시 무대에 섰던 그 용기, 무대 밖에서 동료들을 챙기던 따뜻한 마음,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유쾌한 개그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